작년 11월 ChatGPT가 세상에 등장한 이후 1년동안 AI 업계는 정말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매일 공부해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는데, 오늘은 OpenAI 위주로 중요한 사건을 다시 한번 돌아보면서 AI 산업 발전의 큰 흐름을 따라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대응은 3주차에서 따로 다뤄보도록 할께요!)
올해 3월 GPT-4가 출시된게 가장 중요한 이벤트였다고 생각합니다. 성능이 뛰어나졌음을 당연하고, AI가 단순히 텍스트를 넘어서 이미지 등의 여러 데이터 형태를 지원하는 멀티모달의 시대로 진입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AI = ChatGPT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텍스트의 형태를 기본으로 생각하지만, 앞으로 나올 AI 서비스들은 여러가지 형태의 데이터(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음성 등)을 혼합해서 이용하는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사실상 당연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분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고민하고 계시다면 반드시 멀티모달을 고려하셔야합니다.
참고로 GPT-4의 구체적인 스펙은 공개가 되지 않았는데, 유출된 정보에 의하면 1.7조개의 파라미터를 가지고 있어 GPT-3 대비 10배 정도 커진 것으로 보이고, MOE(mixture of experts)라고 부르는 각 분야에 최적화된 부분(expert)들을 만든 다음 실제 출력값을 낼 때 필요한 특정 부분만 가져와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합니다 (여러 모델이 병렬적으로 존재하는거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ChatGPT 플러그인의 출시 또한 주목해야하는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플러그인을 통해 외부 사업자의 서비스를 ChatGPT 내에서 바로 이용이 가능해졌는데, 당시 많은 이들이 플러그인으로 인해 ChatGPT 자체가 앱스토어처럼 작동할 수 있으며 슈퍼앱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인 것 같다는 이야기들이 나왔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플러그인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샘 알트만 또한 생각보다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음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몇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ChatGPT가 슈퍼앱이 되어 모든걸 다 해결해줄 수 있다는 주장은 (찬반이 많이 갈리지만) 저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각 서비스마다 최적화된 사용자 경험이 존재할텐데, ChatGPT의 단일 인터페이스로 최적의 고객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은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따라서 저는 버티컬별로 사용자 경험이 최적화된 AI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ChatGPT의 점유율을 뺏어오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OpenAI도 정답을 모른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그들도 정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타트업에 가깝고, 사실 ChatGPT 또한 잘될지 예상하지 못하고 단지 언어모델을 개선하기 위한 맛보기 서비스 정도로 생각하고 출시했는데 우연하게 성공했을 뿐이기도 하죠 (기사). 게다가 OpenAI는 대부분의 리소스를 더 나은 모델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ChatGPT의 발전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OpenAI가 결국 모든걸 다 가져갈 것이라는 주장에는 저는 동의하지 않고, 다른 (신규) 사업자들의 기회가 많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7월 정도에 ChatGPT에 Code Interpreter라는 기능이 업데이트 되었는데,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업데이트입니다.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엑셀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파일 업로드가 가능해지며, 파이썬 코드를 작성하고 실행하는 것 또한 가능해집니다. ChatGPT를 단순히 텍스트로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수준을 넘어서, 내 옆에서 일을 돕는 데이터 분석가처럼 활용 가능해졌습니다.
어떻게보면 Code Interpreter를 통해 내가 직접 코딩을 못하더라도 인간의 언어를 통해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졌다 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어쩌면 앞으로는 단순한 데이터 분석 능력은 큰 차별점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OpenAI DevDay, Opening Keynote
얼마전 11월에 열린 OpenAI 데브데이에서 큰 발표들이 나왔는데, 우선 GPT-4 Turbo가 공개되었습니다. 23년 4월까지의 정보가 업데이트 되었고, 최대 128K 토큰 길이의 응답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면 (약 300페이지 분량), 무엇보다도 성능은 올라갔지만 비용이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GPT-4에 비해 입력 비용은 3배, 출력 비용은 2배 저렴). 이외에도 새로운 TTS(텍스트-음성 변환) 모델이 출시되었고, 여러 명령을 동시에 호출가능한 function 콜 업데이트, GPT-4 파인튜닝 지원, (이전에 파운드리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던) 기관용 커스텀 모델 프로그램 시작 등 여러 업데이트가 공개되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GPTs 또한 공개되었는데요. GPTs는 자신이 원하는 목적의 AI 모델을 적절한 데이터를 넣어주기만 하면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서비스로, 이를 스토어에 올려서 판매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ChatGPT 내에서 자신만의 AI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볼 수 있고, 이를 앱스토어 같은 마켓에 업로드해서 수익 창출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ChatGPT를 슈퍼앱으로 만드려는 OpenAI의 야심찬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겠죠.
저는 위에서 말한 것 처럼 ChatGPT가 슈퍼앱이 된다는 주장에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GPTs는 아주 탁월한 전략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게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재밌어서라도 여러가지 시도들을 해볼 것 같고, 그중에서 트래픽이 몰리는 GPTs 서비스들이 최소 몇 개는 탄생할 것 같거든요. 따라서 버티컬 어플리케이션들이 나와주기 전까지는 ChatGPT가 압도적인 지위를 계속해서 유지할 것 같네요. 하지만 아직 저에게는 GPTs도 ‘챗봇’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것 같긴 해서, 더더욱 새로운 어플리케이션들이 기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산업이 등장했을 땐 해당 산업을 리드하고 있는 기업의 소식을 트래킹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서 오늘의 내용을 준비해보았습니다. 특히 OpenAI는 단순히 모델 사업자를 넘어서 비즈니스 적으로도 영향력을 미치려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이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주의깊게 공부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OpenAI를 보고 있으면 샘 알트만의 탁월한 비즈니스 감각을 엿볼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롭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