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예상해보는데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미래를 직접 만들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지만 (샘 알트만 ㅎㅎ), 이미 미래를 만들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특히 큰 기업을 만들어낸 인물일수록 큰 흐름을 알아보고 올라탔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그들만의 직관과 노하우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그들의 관점은 매우 유용한 힌트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AI is about to completely change how you use computers

AI is about to completely change how you use computers | Bill Gates (번역)

이 관점에서 PC 시대의 주인공인 빌게이츠의 이야기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빌게이츠는 자연어에 반응하고 사용자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여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에이전트’라고 명명하는데, 30여년전부터 이에 대해 고민해왔지만 드디어 AI를 통해 실용화가 가능해졌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You won’t have to use different apps for different tasks. You’ll simply tell your device, in everyday language, what you want to do.”

쉽게 이야기하면 디지털 ‘비서’가 현실화되었고, 이것이 모든 소프트웨어를 바꿀 것이라고 빌게이츠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는 특히 의료, 교육, 생산성, 엔터테인먼트 및 쇼핑이라는 4가지 영역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또한 빌게이츠는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방법론도 바뀔 수 있고 ("To create a new app or service, you'll just tell your agent what you want."), 앞으로의 서비스들은 지금의 모습과는 크게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빌게이츠의 말처럼 이번 AI의 핵심을 에이전트로 정의한다면 더더욱 ‘개인화’에 포커스를 둬야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사용자들 각각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핵심일텐데,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한데 글에서는 벡터 데이터베이스가 언급되고 있습니다 (벡터 데이터베이스는 10일차에 다뤄보겠습니다). 또한 빌게이츠는 에이전트와 소통하는 ‘하드웨어’에도 주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GitHub - RootbeerComputer/backend-GPT

DY on Twitter / X

에이전트, 즉 디지털 비서를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녀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장 선상에서 AI를 일종의 백앤드 혁신의 기술로 생각해보는 것도 유의미할 것 같습니다.

Scale.ai가 개최한 해커톤에서 1등한 프로젝트의 이름이 "GPT is all you need for the backend."인데, 이는 간단하게 ‘이건 할일 관리 서비스야’라고 말하면 할일 관리 서비스에 맞는 백앤드 구조를 AI가 알아서 설계하게끔 구현한 것입니다. 즉, 우리가 필요한걸 말로 설명만 하면 AI가 알아서 구현해주는 프로젝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즉, 코딩과 그래픽 작업의 필요 없이도 AI가 우리가 상상하는걸 알아서 비슷하게 구현해줄 수 있게되는 것이죠.

노정석 대표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힘들게 추천시스템을 설계할 필요 없이 그냥 이 사람이 좋아했던 책들, 좋아요 눌렀던 글들, 구매했던 물건 내역들을 그냥 정리되지 않은 지저분한 plain text 방식으로 부어주는 것만으로도 지구상에서 가장 정교한 추천시스템이 완성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프로젝트를 보면서 당장은 아니겠지만 아주 먼 미래에는 이러한 방식으로 많은 서비스들이 만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데, 올해 3월에 아래 Auto-GPT라는 녀석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미래가 제 생각보다 더 빨리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Auto-GPT

ChatGPT 는 잊어라. AutoGPT 가 왔다.

Auto-GPT를 실행하면 에이전트의 이름, 역할, 목표를 설명하고 해당 목표를 달성하는 최대 5가지 방법을 지정하라는 메시지가 사용자에게 표시되는데, 이를 입력하고 실행시키면 프롬프트의 입력 없이도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AI가 스스로 무슨 일을 해야할지 정의하면서 필요한 작업들을 수행해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알아서 구글링을 하거나 컴퓨터에서 파일을 불러와서 분석하기도 하는 등 정말로 컴퓨터가 알아서 작업들을 해나가는데, 이는 마치 내 옆에 리서쳐를 두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아직은 너무 초기 단계라서 오류가 나서 멈추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저는 Auto-GPT를 보면서 AI는 인류가 인터넷에 쌓아올린 지식을 극강으로 레버리지 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한 대부분의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필요성이 줄어드는건 더이상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을 AI로 구현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관점으로 AI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것도 현명한 방법일 것 같습니다. 만약 내가 하는 일에 필요한 ‘데이터’만 구조적으로 모을 수 있다면, 따라서 AI에게 목적만 부여해주고 데이터를 던져줄 수 있다면 AI가 ‘나’를 대체할 수 있는건 시간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대체’가 아닌 ‘서포터’가 되어 나의 생산성을 극대화해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요.